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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 달까지 가자

임우주 2022. 8. 28. 14:21

'일의 기쁨과 슬픔'를 쓴 장류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 장류진 작가가 썼다그래서 바로 골랐다. 

가상화폐 코인을 하는 요즘 회사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인데, 책 펼치고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회사 생활 모습이나 일확천금을 바라는 주인공이 엄청 공감가면서 너무 재밌게 읽었다. 

달까지 가자

"왜 있잖아, 여자는 자기를 좋아해주는 남자 만나야 한다고. 사랑받아야 행복한 거라고. 우리 어릴 때부터 그런 얘기 맨날 들어왔잖아. 그래서 남자 만날 때 항상 그런 것만 봐왔던 것 같아. 내가 그애를 좋아하느냐가 아니라 그애가 날 얼마나 좋아해 주는지를. 그게 제일 중요했던 거야.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 타입이 아니어도, 나 좋다고 하면 일단 만났어. 그러니까 내 호감이 상대의 호감에 기인하고 있었던 거야. 나라는 사람도 취향이라는 게 있고 그래서 특별히 더 끌리거나 좋아하는 면면들이 있었을 텐데, 그건 무시해도 되는 것처럼 살아왔던 거야. (...)

근데 나도 이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만나고 싶어졌어. (...)

여러가지 조건, 상황 다 안좋은 거 아는데, 얘가 날 좋아해서 얘가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애가 날 좋아해. 언니, 세상에 이런일, 이렇게 희박하면서 복에 겨운 일이 또 있을 수 있을까? 나 그냥 지금 이것만 생각하면서 살고 싶단 말이야." p238

 

"역시 90년대생이 해야겠지? 이런 건?"

그 말에 회의실에 모여 있던 팀원들의 시선이 죄다 내게로 향했다. 아, 너무 익숙해서 지겨운 저 표정들. 이른바 '요즘 애들'의 반짝이는, 통통 튀는, 재치 있는, 뭔가 색다른, 아무튼 그 무언가를 기대하는 얼굴. 정말이지 너무나 부담스러운, 그 밑도 끝도 없는 헛된 기대들. 나는 딱 1990년에 태어난데다 이제 한살만 더 먹으면 서른이었다. 하지만 저들은 - 심지어 일부는 나와 몇살 차이 나지도 않으면서 - 언제나 내게서 '20대 느낌' '요즘 감성' '밀래니얼 취향'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맡겨놓기라도 한 양 내놓으라고 닦달했다.  p 278

 

"우리에겐 이제 이것밖에 남지 않았다고. 코인은 엉뚱한 곳에 난데없이 뚫린 만화 속 포털 같은 거라고. 요란하고도 희귀한 소리를 내면서, 기이하게 일렁이는 푸른빛을 내뿜으면서 열려있는 이상한 구멍 같은 거라고. 께름칙해도 있을 때 들어가야 한다고. 이 기묘한 파장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건지, 이 요상한 소리는 대체 왜 나는 건지, 그런 거 계산하고 알아볼 시간이 없다고. 닫히기 전에 얼른 발부터 집어넣으라고. 오직 이것만이, 우리 같은 애들한테 아주 잠깐 우연히 열린 유일한 기회 같은 거라고.

(...) 난 그때 그 불가해한 구멍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결심했어. 언니가 그 말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그 동그란 구멍의 지름이 줄어드는 게 보이는 것만 같았거든." p328

 

"예전에 언니가 그랬잖아. 돈의 속성을 알아내고 말 거라고. 돈이 어디로 가는지, 어느 쪽으로 흐르는지, 그런 것들을 밝혀낼 거라고."

"그랬었지."

"그거, 알아냈어?"

"응. 이제 알 것 같아."

"어느 쪽으로 가는데?"

"돈도, 자기 좋다는 사람한테 가는거야." p332

 


코인은 '만화 속 포털 구멍'같은 거라고 표현한게 너무 적절하고 재밌는 것 같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