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를 쓴 장류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 장류진 작가가 썼다그래서 바로 골랐다.
가상화폐 코인을 하는 요즘 회사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인데, 책 펼치고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회사 생활 모습이나 일확천금을 바라는 주인공이 엄청 공감가면서 너무 재밌게 읽었다.

"왜 있잖아, 여자는 자기를 좋아해주는 남자 만나야 한다고. 사랑받아야 행복한 거라고. 우리 어릴 때부터 그런 얘기 맨날 들어왔잖아. 그래서 남자 만날 때 항상 그런 것만 봐왔던 것 같아. 내가 그애를 좋아하느냐가 아니라 그애가 날 얼마나 좋아해 주는지를. 그게 제일 중요했던 거야.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 타입이 아니어도, 나 좋다고 하면 일단 만났어. 그러니까 내 호감이 상대의 호감에 기인하고 있었던 거야. 나라는 사람도 취향이라는 게 있고 그래서 특별히 더 끌리거나 좋아하는 면면들이 있었을 텐데, 그건 무시해도 되는 것처럼 살아왔던 거야. (...)
근데 나도 이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만나고 싶어졌어. (...)
여러가지 조건, 상황 다 안좋은 거 아는데, 얘가 날 좋아해서 얘가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애가 날 좋아해. 언니, 세상에 이런일, 이렇게 희박하면서 복에 겨운 일이 또 있을 수 있을까? 나 그냥 지금 이것만 생각하면서 살고 싶단 말이야." p238
"역시 90년대생이 해야겠지? 이런 건?"
그 말에 회의실에 모여 있던 팀원들의 시선이 죄다 내게로 향했다. 아, 너무 익숙해서 지겨운 저 표정들. 이른바 '요즘 애들'의 반짝이는, 통통 튀는, 재치 있는, 뭔가 색다른, 아무튼 그 무언가를 기대하는 얼굴. 정말이지 너무나 부담스러운, 그 밑도 끝도 없는 헛된 기대들. 나는 딱 1990년에 태어난데다 이제 한살만 더 먹으면 서른이었다. 하지만 저들은 - 심지어 일부는 나와 몇살 차이 나지도 않으면서 - 언제나 내게서 '20대 느낌' '요즘 감성' '밀래니얼 취향'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맡겨놓기라도 한 양 내놓으라고 닦달했다. p 278
"우리에겐 이제 이것밖에 남지 않았다고. 코인은 엉뚱한 곳에 난데없이 뚫린 만화 속 포털 같은 거라고. 요란하고도 희귀한 소리를 내면서, 기이하게 일렁이는 푸른빛을 내뿜으면서 열려있는 이상한 구멍 같은 거라고. 께름칙해도 있을 때 들어가야 한다고. 이 기묘한 파장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건지, 이 요상한 소리는 대체 왜 나는 건지, 그런 거 계산하고 알아볼 시간이 없다고. 닫히기 전에 얼른 발부터 집어넣으라고. 오직 이것만이, 우리 같은 애들한테 아주 잠깐 우연히 열린 유일한 기회 같은 거라고.
(...) 난 그때 그 불가해한 구멍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결심했어. 언니가 그 말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그 동그란 구멍의 지름이 줄어드는 게 보이는 것만 같았거든." p328
"예전에 언니가 그랬잖아. 돈의 속성을 알아내고 말 거라고. 돈이 어디로 가는지, 어느 쪽으로 흐르는지, 그런 것들을 밝혀낼 거라고."
"그랬었지."
"그거, 알아냈어?"
"응. 이제 알 것 같아."
"어느 쪽으로 가는데?"
"돈도, 자기 좋다는 사람한테 가는거야." p332
코인은 '만화 속 포털 구멍'같은 거라고 표현한게 너무 적절하고 재밌는 것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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