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획이 잘 맞니?'
동기들한테서 한 5번 정도 들은 질문이다. 그중 4명은 기획 직무 동기였다. 다들 기획자로 일은 하지만 이 일이 자신에게 맞는 건지 확신이 없는 순간들이 있는 듯하다. 내 대답은 항상 'Yes'이다. 나는 진심으로 기획자가 내 천직이라 생각한다. 근본을 파고들어하길 좋아하는 성향, 꼼꼼하게 기록하고 정리해나가기 좋아하는 성격, 무언가 결과물을 눈앞에 만들어내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는 나란 사람에게 기획자는 정말 좋은 '직업'이다.
근데 내가 기획을 잘하거나, 즐기거나 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런 취미로서 잘 맞는 게 아니라, 기획자는 내 최고의 '밥벌이'이다. 돈을 버는 대신 버틸만큼 힘든 일이 있다면 기획인 것이다. 굳이 노동을 해서 돈을 벌어야 상황에서 단 하나의 직업만 택해야 한다면, 하기 싫은 직업들을 제외하고 보면 기획자가 남는다. 현재까지는 기획자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런 나도 '내가 기획자 하기에 적합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은 늘 갖고 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에서 깨지거나, 생각지도 못한 케이스를 회의 도중에 개발자에 의해서 발견될 때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회의감이 들때면 이런 순간을 떠올린다. '기획력이 쌓일 때마다 너무나도 행복하고 뿌듯할 때'. 이런 걸로 뿌듯함을 느끼는 것 보면 난 역시 기획자야,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회의 겁먹지 말자. 걱정한 일은 생기지 않는다.
디자인 시안이 나왔다. 근데 기획과 방향이 조금 다른 시안이 나와버렸다. 나뿐만 아니라 윗분들도 그렇게 느꼈고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다시 디자인을 요청해야 했다. 글로 요청하기엔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디자인팀과 회의를 잡았다.
회의 전에는 너무 심난했다. 이 뉘앙스를 어떻게 전달해야할지 감이 안 왔다. 자칫하다가 디자인팀이 왜 자신들의 결과물을 존중하지 않냐고 화를 낼 것 같았다.
근데 막상 해보니 별거 없었다. 대부분 팀장님이 말을 하긴 했지만 아주 스무스하게 잘 끝났다. 잘 마칠 수 있는 이유는, 디자인팀이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말과 그 이유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동료가 복지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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