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lesson I learn today

배운 것을 차곡차곡 기록하는 주니어 기획자의 아카이브

Today I learned

[TIL] 7월 2 - 회사와 썸을 타야지 연애를 하면 안 된다

임우주 2021. 7. 20. 11:11

미리 시뮬레이션 하며 연습해놔야 당황했을 때 대처 가능

프로모션 가격이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프로모션이 종료되면 가격이 원상복귀 되야 하는데, 데이터 값과 다른 가격으로 변경되는 오류였다. QA와 함께 테스트 해보니 확실히 문제 상황이었기 때문에 개발팀에 이슈라이징을 했다. 그랬더니 정확한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하여, 여러 개발팀과 모여서 함께 시뮬레이션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프로모션 종료 정각에 미리 준비해둔 상품의 가격을 다함께 확인했다.

 

근데 문제는 내가 너무 당황했다는 것이다. 확인해볼 상품은 총 3개인데, 그 상품이 스크롤 내려도 나오지 않고 찾을 수가 없었다. (1차 당황) 겨우 찾아서 화면 새로고침을 해보니 가격이 예상과 달랐다. (2차 당황) 실시간으로 가격을 확인해보는게 중요한데, 가격이 계속 달라져서 3개 상품 기록이 뒤죽박죽 되었다. (3차 당황)

 

당황을 하니 악순환이 일어났다. 말도 꼬이고, 멘붕 오고, 다음 꺼 진행도 안되고 총체적 난국 같았다. (ㅜㅜ) 회의는 어찌저찌 마무리 되었고, 이슈 상황은 무사히 파악되었지만 프로패셔널한 모습을 보이긴 커녕 너무 아마추어 초짜 꼬맹이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에 창피하고 자괴감이 들었다. 

 

속으로 당황한 것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티 안내는 연습이 필요함을 느꼈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하나씩 대응하면 훨씬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미리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다양하게 돌려보고 대비해야 어떤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샌 백엔드 기획이 훨씬 재밌고 잘 맞는다.

나는 입사 전까지만 해도 프론트 기획이 잘 맞을 거라 생각했다. 디자인을 부전공할정도로 시각화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근데 요새는 백오피스 기획이나, 시스템 설계, 데이터 구조 기획하는 백엔드 기획이 훨씬 재밌다. 논리적인 흐름을 짜고, 사이드이팩트를 고려하기 위해서 깊이 파고드는 기획물을 만드는게 좋다. 말로 표현하긴 어려운데, 기획할 때 머리를 쓰는 느낌이 든달까. 

무엇보다 백엔드 기획의 장점은 변경이 적다는 것이다. 프론트는 눈으로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피드백을 줄 수 있다보니 변경이 잦다. 특히 임원이 맘에 안들어하면 오픈 직전에도 얼마든지 변경 가능하다. 실제로 대규모 런칭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엄청나게 많은 변경사항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백앤드 기획은 눈으로 잘 안보이고 글로 서술하기 때문에 다들 잘 안읽는다. 그렇다보니 유관 개발자들과 나만 그걸 이해하고 진행한다. 그 덕분에 외부의 압력에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요새 백엔드 기획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이커머스에서 백앤드 기획이라고 하면 보통 회원/주문/배송/클레임 쪽인듯 하다. 이쪽 업무를 할 기회를 늘려봐야겠다는 욕심이 자주 든다. 

 

 

진흙탕 대화를 기꺼이 돌파하는 적극성은 무적이다.

새로운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상품을 특정 부분 임의로 변경해야 했다. 근데 그 새로운 기능의 오픈 일자가 뒤로 미뤄져서 굳이 지금 테스트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 결론까지 도달하기 위해 대화가 돌고돌고돌았다. 결론적으로 개발팀의 입장은 이미 개발 끝냈으니 테스트도 지금 하자!였고, 그들의 요구사항은 '테스트할 예시 상품을 만들어줘'였다.

 

꽤 간단한 결론인데 유관부서가 많다보니 여기까지 도달하기에 여러 대화를 거쳐야 했다. 그야말로 수풀을 헤집고 진흙탕을 빠져나온 느낌이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내 업무는 아니지만 아무쪼록 어려운 과정 속에서 요구사항을 알아냈으니, 내가 기꺼이 원하는 걸 만들어줬다. 

 

보통 이런 상황은 명확한 PM이 없어서 그 누구의 Role도 아닌 회색지점의 업무일 때 발생하는 것 같다. 이럴 때 종종 '괜히 나서서 욕먹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앞서서 뭔가 행동하기가 겁난다. 하지만 막상 이번에 해보니, 너무나 별거 아니였고 나로 인해 상황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뿌듯함도 들었다. 무언가 실뭉텅이처럼 베베 꼬여있는 주인 없는 업무가 있다면, 기꺼이 나서보자. 다들 말리긴 커녕 매우 고마워한다. 그 적극성과 함께라면 무슨 일이든 해결 가능한 무적이며, 어차피 나는 손해볼 것도 없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주더라. 

 

 

직장과 썸을 타야지, 연애를 하면 안 된다

유키즈 - 실리콘밸리 구글 디자이너편

"회사에 올인을 하니 배신감 느껴지고 화나는 법. 너무 깊이 사랑하셔서 그래요. 직장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되버리는 순간, 위기는 자주 찾아옵니다."- 구글 디자이너 (유퀴즈)

 

"나는 열정을 품고 연기해 본 적이 없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일로서 연기를 할 뿐이다. 일은 계속하고 싶다.
캐릭터 비중은 관계없다. 오히려 작은 역할을 맡는다면 집에 일찍 들어갈 수 있으니 내 생활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제레미 아이언스

 

"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