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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임우주 2021. 6. 20. 21:11

개요

퇴사한 뒤, 서울에서 자영업을 차린 이들의 인터뷰를 담은 책입니다. 가게 종류는 독립서점, 음식점, 카페 등 다양하고, 운영하면서 솔직한 면모(예를 들면 가게 매출이나 비용)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이 책의 부제,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에 대한 대답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인터뷰이는 대체로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일의 '자율성'과 '성취감'의 측에서 크게 만족하였습니다. 회사에서의 업무는 대체로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동기부여도 쉽게 되지 않는 반면, 자신의 가게는 온전히 자기결정권을 갖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만큼 버텨내야 할 책임감도 크다는게 느껴졌습니다.  

 

느낀 점

원래도 딱히 퇴사 욕구가 없었지만, 저는 책을 읽고 나니 퇴사 욕구가 더 줄어든 거 같아요. 보통 제가 생각하는 퇴사 이유는 1)워라벨이 지켜지지 않아서 혹은 2)미래가 불투명해서일텐데, 퇴사 후의 삶을 엿보니 이 두가지 지점에서 더 악화된 모습을 보이더군요. 왜 그렇게 느꼈는지 적어보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1. 은퇴 후의 삶이 막막하고 불안해서 퇴사하지만, 퇴사 후의 삶이 더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책에서 퇴사 이유 중 많이 나왔던 것은 이 회사에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고, 미래가 불안해서라는 점이었는데요. 제가 책을 읽으니 오히려 자영업자의 삶이 더욱 불확실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매 달 수익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는 게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많은 사장님들은 '아직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점점 가게가 안정화되면 대출금도 갚고 장사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보였지만 제 3자인 제 입장에선 너무 불안해보이더라구요. 코로나를 겪고 나니, 미래가 현재처럼 유지, 혹은 더 나아지겠지란 낙관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여겨져서 더 그런가 봅니다.

 

2. 회사를 다닐 때보다 워라벨이 극악이다.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쉬고 싶을 때 쉴 수 없어보였습니다. 가게 문을 닫으면 하루 매출이 0원인데, 고정 비용은 고스란히 드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휴일이 있는 가게라 할지라도, 거의 휴일에 나와서 밑작업 일을 한다고 하네요. 

뿐만 아니라 가게 문을 열고 닫을 때까지 거의 12시간 일을 한다고 하며, 재료 손질을 위해서 가게문을 닫고도 추가로 업무를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제일 놀랐던 부분이었습니다. 하루 8시간(+야근) 회사에서 일하는게 싫어서 퇴사하는데, 그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 심지어 주말 근무에, 휴가까지 없다?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삶이었습니다. 

 

3. 충분한 생활비를 버는 것조차 어렵다.

"매출과 비용 모두 상상했던 거와 상당히 다르게 흘러간다. (...) 단순히 하루 매출 20만원 정도 되면 살 만하겠지 어림짐작했던게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는지, 오너가 되어보니 대표님이 퇴사를 말리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된다. p169"

 

보통 퇴사 후 도전하는 자영업 영역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가게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업종이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은 더욱 드물 것 같다고 여겨졌습니다. 제가 말한 '성공'이란, 사람들이 줄 서는 대박집이 아니라 생활비를 충분히 감당할 만큼만 버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조차 버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소비자의 입장이었을 때 좋아하던 업종이 실제로 해보면 상상한 것과 너무 다르다고 느껴졌습니다. 입지 선정 할 때 재개발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거나, 전세 계약을 했지만 매년 전세금을 올린다거나, 인테리어도 방식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거나 책을 읽는 내내 독자인 저도 막막함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에는 '이건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미리 알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라는 내용이 유독 많았습니다.

 

가끔 내가 가게를 차린다면 무얼 할까?라고 망상한 적이 있습니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자영업은 내가 상상하는 것과 너무 다르며 규칙적이고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저와 정말 안 맞는 분야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 만약에 장사를 하게 된다면, 이 책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조언인 '퇴사 전에 미리 예행 연습습'을 먼저 해봐야 겠네요.

 

인상 깊은 문장들

만족할 만큼 소득이 늘어난 거 같나?

매출과 비용 모두 상상했던 거와 상당히 다르게 흘러간다. (...) 단순히 하루 매출 20만원 정도 되면 살 만하겠지 어림짐작했던게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는지, 오너가 되어보니 대표님이 퇴사를 말리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된다. p169

 

커피 원가 해봤자 얼마 하지도 않는 거, 너무 남겨 먹는다고 오히려 불만 갖는 소비자도 있지 않은가?

에스프레소 머신, 그라인더 감가상각 포함해서 계산 해주신 걸까? 고장 수리 비용도 같이 더해주셨을까? 신선도 유지하려고 폐기하는 원두값, 매일 설거지 하고 청소하는 인건비, 냉난방 전기세도 포함해준 걸까? 월세도 고려해서 비싸다고 느낀 걸까? 그래도 비싸게 느끼신다면 나도 뭐라고 답하기 어려울 거 같다. p173

 

퇴사 이후의 삶에서 예상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일까?

회사 다닐 때 싫었던 게 매일 똑같이 사는 거였다. 근데 가게를 하면서 오히려 더 똑같이 산다. 오픈 첫날부터 지금까지 바뀌는 게 진짜 하나도 없다. 직장인 보다도 반복적인 일상을 살게 될 줄은 예상 못했다. p 239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적당히 싫어서 나오기엔 회사는 괜찮은 곳일 수 있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진 최대한 버텨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진짜 회사가 싫은 건지, 정말 퇴사가 필요한지, 본인의 진심을 헤아릴 충분한 시간을 갖길 추천한다. 어차피 나와도 힘들다. 나와야 할 분명한 확신이 필요하다. 잘 퇴사하기 위해서라도 직장 일에 최선을 다해보길 권한다. 그래야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다.  p313

 

출산과 육아에 공기업이 유리할 텐데 왜 안 갔나?

나라고 출산과 육아만 하려고 사는 건 아니지 않겠나. 기획 일이 너무 좋고 계속 하고 싶은데, 공기업에선 행정사무가 주업이 되는 게 아쉬웠다. 여성으로서 안정적 경제활동이 가능한 건 정말 장점이었지만, 일 자체로 놓고 볼 땐 꿈꿨던 진로와 거리가 있었다. 안정성만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싶진 않았다.

이게 사실 나와 배우자는 크게 후회가 없는데, 주변에서 아쉬워하는 결정이 된 거 같다. 공기업을 포기했다고 하면 화들짝 놀라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육아와 병행이 가능한 직장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p93

 

서점 열지 말라고 말린 사람은 없었나?

물론 말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다들 업계 전문가는 아니었다. 어림짐작으로 먹고살기 어렵지 않겠냐는 걱정을 했는데, 구체적인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귀담아 듣지 않았던 거 같다. 결국 그렇게 업황을 모르고 시작한 게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한다. 책 파는 게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맥주처럼 시작도 못했을 수도 있다. p97

 

워라밸 상황에 대한 불만은 없나?

(...) 컨디션 좋은 날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을 하기도 한다. 아마 회사였다면 컨디션이 좋다 해서 일찍 나와 일하지는 않았을 거 같다.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두는 편이 좋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좋아하는 일에도 종류가 있는 거 같다. 취미로 즐길 때 재미있을 정도로만 좋아하는 일도 있는 거 같고, 직업으로 삼아도 변치 않고 좋아할 만한 일도 있는 거 같다. 둘을 구분하는 건 중요한 거 같다. p187

 

일단 3년은 다녀보고 판단하란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관두고 싶을 땐 관두는 게 맞다고 보는 편이다. 퇴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괜히 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직접 겪어보며 뭔가 이건 아니다 싶은 것들이 쌓였기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겠나? 구태어 논리를 따져가며 누군가를 설득할 필요가 없다. 관두고 싶다는 고민만으로도 퇴사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근무한 기관과는 상관이 없을 거다. p.191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데 불안한가?

회사라고 영원한 게 아니지 않나. (...) 언제까지 회사 월급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 윗사람 입김에 따라 인사나 업무가 좌우되는 거도 늘 불안했다. 어느 날 새로운 임원이 들어와서 이거저거 마음에 안 든다고 해버리면 쌓아 둔 게 한순간에 무너져버리고. 전문성보다 상사한테 잘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면, 경력이고 커리어고 무슨 소용이 있겠나. p209

 

문제가 생기면 해온 거처럼 이직하면 되지 않았겠나?

젊었을 땐 이직이 두렵지 않았다. 싫으면 관두고 딴 데 가지 했다. 근데 나이가 40살이 넘어가면서 이직에 대한 가능성도 기대도 조금씩 줄어드는 걸 느꼈다. (...) 매번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게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p209

 

(회사는) 육아 단축근무 제도도 있지 않나?

(...) 기획이란 업 자체가 없던 일을 만들어서 벌이는 게 핵심인데, 단축근무라는 일의 방식과는 양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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